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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강의 무덤인가 낭만의 무덤인가

by 2돈4촌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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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1월 개봉한 범죄 액션 누아르 영화 강릉을 감상하고 그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윤영빈 감독의 감독 데뷔 작품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영화 작업 시스템이 보통 그러하듯이 데뷔 작품인 만큼 시나리오도 직접 윤영빈 감독이 썼습니다. 감독은 올림픽을 계기로 각본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만 '올림픽은 평창인데?'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서울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영화 강릉 이야기 시작해봅니다. 

낭만을 바라지만 현실에 묻히다.

 영화는 강릉 일대를 관리하는 조직폭력배의 큰 기둥들 중 둘째인 길석을 주인공으로 펼쳐집니다. 길석을 포함한 조직원들은 오 회장의 아래에 있으면 지역과 분야를 나눠서 관리합니다. 큰 욕심 없이 큰 사건 없이 무탈한 삶을 바라고 또한 그렇게 지내던 길석은 바닷가에서 자기 아래 동생인 덕구의 결혼을 앞둔 신고식을 즐겁게 바라보다가 한 연락을 받습니다. 그리고는 표정을 바꾸고 어느 장소로 서둘러 갑니다. 서둘러서 간 장소는 세 기둥 중 막내인 충섭이 운영하는 술집, 그곳에서 마약파티를 한다는 첩보를 들은 방현의 부하들이 길석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습니다. 방현은 강릉의 형사이지만 길석을 오랜 친구로 서로 공생하는 관계였습니다. 방현을 설득해서 돌려보낸 길석은 현장에서 충섭의 부하들을 크게 혼쭐을 내줍니다.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충섭은 큰 형님인 무성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같은 식구끼리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딨냐며 길석에게 따집니다. 하지만 사건이 경찰의 손에 넘어가는 복잡한 일까지는 피했기에 크게 따지지는 못합니다. 소식을 들은 오 회장은 셋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포장마차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충섭에게는 강릉에서 마약을 절대 안 된다며 엄포를 놓고 길석에게는 위계질서를 잘 지키라 하고 맏형인 무성에게는 잘 조율하라며 각각 한소리를 합니다. 

 이튿날, 오 회장은 오픈을 준비 중인 리조트에 길석을 불러 네가 관리해보면 어떻겠냐며 권하지만 길석은 제분야가 아니라며 거절합니다. 이에 오 회장은 물러 터졌다며 다른 녀석들은 너 같지 않다고 충고를 합니다. 그리고는 충섭의 부하들에게 마약을 판 남성을 찾아서 손을 봐달라고 부탁 같은 지시를 합니다. 그 남성은 바로 다른 지역의 조직의 더러운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민석이었습니다. 민석은 자신을 거두고 더러운 일들 도맡긴 남 회장을 찾아가 죽이고 리조트의 2대 주주 지분을 차지합니다. 조직의 이인자였던 신 사장이 민석을 경고를 하지만 민석은 이를 우습게 여깁니다. 

 리조트의 경영에 간섭하고자 했던 민석은 길석을 만나지만 길석은 민석을 보고 간섭하려거든 대주주가 되라며 무시하고 민석은 길석을 도발하며 자리를 뜹니다. 그리고 남 회장을 처리할 때도 그랬듯이 오 회장을 찾아가 죽이고 악성 채무자였던 은선에게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게 합니다. 오 회장을 존경했던 무성과 충섭 그리고 길석은 분노했고 복수를 다짐합니다. 민석의 짓임을 알아낸 길석은 조직의 방식으로 그를 처리하고자 하나 방현의 만류로 경찰들의 작전을 지켜보며 분노를 억누릅니다. 마약 거래 현장을 덮쳐 민석을 체포하려던 경찰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를 미리 알고 있던 민석의 역습과 무성을 배신으로 막내인 충섭마저 목숨을 잃고 길석마저 부상을 입게 됩니다. 무성은 아닌 척했지만 욕심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강릉 조직의 다수가 와해된 상황에서 길석은 외부 세력인 신 사장의 도움을 받아 민석에게 복수하려고 계획을 세웁니다. 민석의 조직을 박살내고 뒤통수를 치려던 신 사장마저 처리한 민석은 마지막으로 민석을 노리지만 민석은 이미 방현에 의해 체포된 상태였습니다. 친구인 길석이 살인자가 되지 못하게 막으려던 방현이 가짜로 영장을 만들어 잡아들였던 것이었습니다. 길석은 방현의 차를 막아서며 민석을 내놓으라 하지만 방현은 그러려거든 자신부터 죽이라며 민석을 데려갑니다. 이에 민석은 차 안에서 방현의 부하 형사들을 죽이며 저항하고 차에서 내린 후에 길석과 마지막 혈투를 벌입니다. 민석은 무서운 집념으로 길석의 부하들마저 처리합니다. 하지만 길석에게 너도 나와 다를 바 없다고 차갑게 웃으며 마지막을 맞이 하게 됩니다. 살아남은 방현이 길석에게 이제 어떻게 할 거냐며 책망하지만 길석은 네 말대로 했다가 여기까지 왔다며 되받아치고 자리를 떠나 리조트로 향해서 발걸음을 돌립니다. 

굵직한 배우들의 열연

 주인공 외의 다른 배우들의 열연들도 좋았다. 주인공인 길석 역의 유오성과 민석 역의 장혁은 이미 알려진 터라 아쉬울 것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길석의 오른팔인 형근 역의 오대환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다. 민석이 마약을 강릉에 가져오고 사건을 벌이기 전과 후의 대비가 잘 드러났다. 웃으면서 정모 역의 신승환 배우에게 강릉을 낙원같이 표현하며 이대로 즐겁게 살고 싶다고 사고 치지 말고 잘 지내보자 했지만 사건 이후 복수하며 싸늘하게 되갚아 줄 때 낙원이 붕괴되었음에 대한 회한이 진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디트를 보여 꽤 비중 있는 배역 중 익숙한 이름이 보였는데 바로 최기섭 배우였다.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찾사와 옹알스로 꽤나 알려져 있는 코미디언이었다. 알고 있던 모습에서 살이 상당히 빠진 모습이라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흥행에는 실패했고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한국 감성의 웃음기를 뺀 누아르 영화를 보게 되어 즐거웠다. 누아르 장르의 유행은 지나갔고 언제 다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도전하는 작품들이 있다는 건 다양한 영화를 즐기는 팬으로서는 행복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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